오늘은 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 을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1. 진심은 통한다 – 소통의 부재 속에서 피어난 공감
『청일전자 미쓰리』는 2019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자본주의 시스템에 떠밀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중심이 되는 인물 이선심(이혜리 분)은 말단 경리 직원이자 철저히 ‘을’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하루하루 묵묵히, 조용히 주어진 업무를 해내는 인물이지만,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졸지에 부도 위기의 중소기업 ‘청일전자’의 대표가 됩니다. 이 ‘대표되기’라는 설정은 다소 코믹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직장 내 위계, 리더십의 의미, 조직의 생존이라는 묵직한 주제가 내포돼 있습니다.
특히 드라마는 조직 내 소통의 부재와 불신, 그리고 점차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성장의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권위적인 전 대표 오만석(김상경 분)과의 대비를 통해, 이선심은 리더로서의 자질을 하나씩 배워갑니다. 그녀는 전통적인 의미의 리더가 아닌, 소통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감형 리더’로 변모해 갑니다.
드라마는 이선심의 성장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단지 한 사람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청일전자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집단 성장 서사’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큰 울림을 줍니다. 이는 시청자에게도 강한 감정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우리는 결국 혼자가 아니야’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2. 현실을 닮은 판타지 – 중소기업의 리얼한 민낯
『청일전자 미쓰리』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그것을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입니다. 수많은 드라마에서 대기업의 회장님, 재벌 2세, 능력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이 드라마는 말단 직원과 중소기업을 배경으로 한 점에서 신선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수많은 직장인들과 현실 노동자들의 공감을 끌어낸 핵심 요소입니다.
청일전자는 우리가 뉴스나 다큐에서 보던 실제 중소기업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월급이 밀리고, 갑작스러운 부도로 직원들이 흩어지며, 직장 내 왕따나 책임 떠넘기기 같은 일들이 일상처럼 벌어집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이런 암울한 현실을 단지 비관적으로만 그리지 않습니다. 그 안에서도 인간적인 관계, 웃음, 희망을 찾아냅니다. 이를 통해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시청자들에게 따뜻함을 잃지 않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각 캐릭터들도 현실적이면서 입체적으로 그려집니다. 예를 들어, 중간관리자인 부장 최영자(백지원 분)는 처음에는 냉소적이고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그 역시 현실 속에서 생존을 위한 선택을 해왔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김상경이 연기한 전무 오만석 역시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그 나름의 논리와 좌절을 지닌 복합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이런 디테일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단순히 ‘선과 악’이라는 구도에서 벗어나, 모든 인물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그리하여 『청일전자 미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축소판이자, 현실에서 가장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울림을 전합니다.
3. 배우들의 열연과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이야기
『청일전자 미쓰리』가 이토록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배우들의 열연과 탄탄한 캐릭터 구축입니다. 특히 이혜리는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걸그룹 출신이라는 편견을 깨고, ‘현실 직장인’의 애환과 따뜻한 리더십을 진정성 있게 표현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김상경은 냉철하고 냉소적인 전무 오만석 역을 맡아, 조직의 현실적인 모습을 대변하면서도 후반부에 이르러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의 중심을 잡아줍니다. 또, 백지원, 차서원, 정희태, 김응수 등 조연 배우들의 명품 연기는 드라마의 몰입도를 한층 높여줍니다. 특히 김응수가 연기한 고과장 캐릭터는 현실 직장 상사들의 대표격으로, 웃기면서도 씁쓸한 감정을 동시에 자아내는 복합적 캐릭터입니다.
각 인물들은 단순한 기능성 캐릭터에 그치지 않고, 모두가 저마다의 사연과 목표, 결핍을 가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드라마는 단일 주인공 중심의 서사를 넘어서, ‘모두가 주인공’인 군상극 형태로 풍성함을 자아냅니다. 또한 극 후반부로 갈수록 인물들 사이의 관계 변화와 감정선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시청자 역시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공감하게 됩니다.
마무리하며
『청일전자 미쓰리』는 단순한 직장 코미디 드라마를 넘어서,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이선심의 말처럼, “우리가 회사를 살리는 게 아니라, 회사가 우리를 살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대사는 드라마의 핵심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때로 무력감을 느끼고,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청일전자 미쓰리』는 그 속에서도 조용히,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임을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이 드라마는 바로 그런 ‘보통의 영웅들’에게 바치는 헌사일지도 모릅니다.